전세계적인 저성장 기조 속에서,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와 출구전략(Exit Strategy), 그리고 테이퍼링(Tapering)은 가장 많이 언급되는 용어 중의 하나입니다. 양적완화, 출구전략, 테이퍼링과 같은 용어는 결국 세계 경제에 어느 정도 이상의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거대 경제주체가 돈을 조이고 푸는 행위를 의미하며, 이런 행위들로 인해 전세계 경제가 좌지우지 되게 됩니다.
자, 이번 포스팅 역시 예를 들어가면서 설명해봅시다.
계속 되는 불황으로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물가는 계속 올라가는데 임금은 오를 생각을 하지 않고, 돈은 없으니까 사람들이 아무것도 사려고 하지 않아요.
이 상황에서 정부는, 첫번째, 시중 은행의 금리를 낮춤으로써 조금이나마 경제활동을 활성화 시켜보려고 해요. 금리가 낮아지면, 어쨌든 사람들이 돈을 모으는 행위보다는 쓰는 행위를 할 것이라고 생각한 겁니다. 은행 예적금 금리가 형편없는 수준이라면 사람들이 자금을 은행에 저축하기보다는 다른 투자처(주식, 펀드 등)를 찾게 될 것이고 또 반대로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하여 또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경우도 있겠죠.
하지만!
낮추고 낮추고 낮춰서 더이상 금리를 낮췄다가는 - 가 될 판입니다. 실제로 유럽중앙은행 같은 경우는 제로금리를 넘어 마이너스금리를 찍기도 하였었죠. 하지만 계속 이대로 갈 수는 없기 때문에 뭔가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만 합니다.
결국 중앙은행이 국채나 다른 금융상품을 직접 구매(매입)함으로써, 중앙은행이 가지고 있는 통화를 시중에 직접 공급해 경기를 부양하는 통화정책을 쓰게 되는데요, 이것을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라고 합니다. 2014년 말까지 미국은 국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양적완화 정책을 집행했습니다.
양적완화 정책을 쓴 나라(미국) 입장에서는, 시중에 돈이 풀리니까(통화량 증대), 화폐 가치(달러)가 하락합니다. 자국 화폐 가치가 하락했다는 것은, 이전과 같은 조건으로 외국 바이어들과 거래를 맺는다고 해도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룸이 생기는 셈이니까 대개의 경우 수출 증가로 이어지게 됩니다.
또한 소비도 증가하게 되는데, 이것은 기업 투자의 증가로 연결되고 수출 증가와 맞물려서 실업률을 감소시키고 경기 회복까지 이를 수 있다, 그렇게 보는 겁니다. 하지만, 화폐 가치의 하락은, 물가 상승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위험도 같이 흐르게 됩니다.
이제 다른 나라의 입장을 봅시다. 시중에 달러가 풀리니까 달러 가치가 하락합니다. 이것은 자국 통화의 평가절상을 의미하죠. 이렇게 되면 미국과는 반대로, 수출이 감소하고 무역 수지 악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쓰게 된다면 미국을 제외한 나라는 손해를 보기만 하는 걸까요? 무조건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여기에, 글로벌 유동성이라는 개념이 탄생합니다. 세계화로 인해 국경간 자본 이동의 자유화가 크게 확대되면서,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유동성이 큰 대규모 자금이 탄생하는 것이죠. 흔히 '글로벌 유동성'이라고 부르는 이 대규모 자금은 경제조건 변화에 따라 밀물 썰물 들어오고 빠지듯 순식간에 이동해버립니다.
예를 들어 브라질 금리가 높으면 브라질에 글로벌 유동성이 폭발적으로 유입되었다가, 다시 칠레 금리가 브라질보다 높아지면 브라질 금리가 칠리로 순식간에 이동해버리죠. 이렇게 글로벌 유동성이 한번에 빠져버리게 되면 브라질 경제는 대혼란에 빠지고 맙니다. 대부분의 신흥국들은 경제성장이 정체기에 이른 선진국들보다 고금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유동성이 투하되기 쉬운 환경에 있습니다. 때문에 신흥국들 중에서도 비교적 실물경제가 튼튼한 신흥국으로 단기에 걸쳐 글로벌 자금이 대량 유입될 수 있습니다. 투자...라는 명목 하에 말이죠.
이런 신흥국들의 경우는, "자국 통화의 평가 절상 → 수출 감소 → 무역 수지 악화" 이 과정이 더 심하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만, 하지만 반대로 이런 외국자본의 유입은 자본시장을 활성화 시키고 기업가치를 상승시켜 주가를 끌어 올리게 됩니다. 이런 면에서 오히려 경제를 활성화 하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해요.
출구전략(Exit Strategy)은 위험한 지역에서 서서히 군대를 철수 시키는 전략을 뜻하는 군대용어입니다. 하지만 이 말이 경제용어로 쓰였을 때는, 앞서 언급한 양적완화 정책을 거두어들이는 정책을 의미합니다. 미 연방준비제도에서의 입장으로 보자면, 매파에 해당하는 주장들이지요.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 과도하게 풀린 자금을 경기가 회복할 때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고 다시 회수하는 전략
사전적인 정의는 위와 같습니다.
테이퍼링(Tapering)은 연방준비제도(Fed)의 버냉키 의장이 발언에서 긴축(Tighting)이라는 단어 대신 사용하면서 대두된 말로, 출구전략과 같은 의미를 갖고 있어요.
하지만 말이 '점진적'이지, 이런 출구전략도 쉬운 문제는 아니에요. 양적완화가 세계경제에 파동을 가져왔던 것처럼, 그 반대인 출구전략 역시 파동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글로벌 유동성에 의해 거대 자본이 투자되었던 신흥국의 경우에는 그 자본이 단기간에 다시 회수되기 때문에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외국자본이 빠져나가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이런 주가 폭락이 경기 침체로 그대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2016년 6월이 되었습니다. 미국은 또 한 번의 테이퍼링, 금리인상을 감행할 기회를 찾고 있죠. 그 시가가 6월이 될지, 7월이 될지, 9월이 될지, 혹은 그 이후가 될지는 정말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미국이 이렇듯 출구전략을 준비하고 있는 사이, 중국은 주택담보부채권과 원자재 공급과잉으로 위태위태하고, 영국에서는 브렉시트가 일어나니 아니니 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아베노믹스도 성공이냐 실패냐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구요. 올 한해 국제정세는 정말 유심히 관찰해 봐야겠습니다. 경제 흐름을 자칫 잘못 읽거나 늦게 대처했다가는 개인적으로도 큰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되는 2016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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