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일본 필름 시장은 후지(Fuji), 사쿠라(Sakura) 두 회사가 주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쿠라의 시장점유율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었죠. 이런 사태를 심각하게 인지한 사쿠라는 원인을 파악해보기로 합니다.
여러차례의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 일반 소비자들은 두 회사 필름 성능에 대해 구별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이런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사쿠라의 시장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제품력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죠. 제품력은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결국 선택을 받게 되는 것은 브랜드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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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실제로 그런 움직임이 포착되기도 하였습니다. 후지(Fuji)는 일본을 대표하는 명산, 후지산을 자연스럽게 연상시키게 만드는 네이밍이었습니다.
그렇다보니 왠지 후지의 필름을 사용하게 되면, 후지산 같은 맑은 사진이 나올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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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사쿠라(Sakura)라는 회사명은 벚꽃을 연상시켰습니다. 벚꽃은 아름답습니다. 흩날리는 분홍빛은 사람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분홍빛은 사진의 선명함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왠지 사쿠라 필름을 사용하게 되면, 분홍빛 사진이 나올 것만 같은 느낌을 주게 되었습니다.
사진에 온갖 뽀샤시 필터를 거는 요즘 세대에야, 이런 분홍빛 두근거림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70년대 필름에 제일 중요한 것은 선명함이었습니다.
이런 이미지가 주는 타격은 생각 외로 심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을 써야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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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싸움에서 승판이 없다고 생각한 사쿠라는 전쟁터를 옮기기로 했습니다. 사쿠라가 새롭게 준비한 전쟁터는 '가격'이었습니다.
차별화된 가격전략을 통해, 시장우위를 선점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당시, 필름의 선명함에 대한 이미지만큼이나 비교적 고가였던 필름의 개수도 일반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이슈였습니다. 1세트 20장의 필름이 표준화 되어 있던 시장에, 사쿠라는 1세트 24장의 필름 세트를 출시했습니다.
이런 파격적 가격정책에 반한 소비자들은 사쿠라의 새로운 고객이 되었고, 사쿠라는 어렵지 않게 시장점유율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고객의 숨은 니즈를 잘 파악하여 상품화해낸 사쿠라"라고 칭찬하면서 이렇게 포스팅을 마쳐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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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상황은 이렇게 해피앤딩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1세트 24장 사쿠라 필름의 파격적 행보를 본 경쟁사들은 곧바로 사쿠라와 같은 가격정책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되자, 사쿠라가 가지고 있었던 경쟁사와 구별되는 차별화된 강점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사쿠라는 경쟁사인 후지에 다시 밀리게 되었고, 87년에 이르러서는 사명을 코니카(Konica)로 바꾸기도 했지만, 브랜드 전환은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코닥에게까지 따라잡혀 업계 3위까지 밀려나고 맙니다.
사쿠라가 선택한 가격전략 같은 마케팅전략은, 일시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하는데는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하는데는 실패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것은 핵심역량이라고 부를 수 있는 우위점이 아닙니다.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경쟁사가 모방할 수 없는 핵심역량을 갖추지 못하면, 결국 일시적 우위 이상의 그 무언가는 이뤄낼 수 없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에 성공해 마케팅/기획 부서에 막 배치 받은 신입들이 흔히 하는 생각도 이런 것입니다. '가격'에서 경쟁사들보다 차별화된 장점을 가져온다면 쉽게 M/S를 확보할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 말입니다.
물론 '가격정책'은 아주 중요합니다. 다만, 가격을 핵심무기로 삼으려면 적어도 경쟁사들이 그 가격을 절대로 따라오지 못할 정도의 원가경쟁력을 갖춘 기업에나 해당할 이야기가 되겠죠.
단기전략
- 가격, 유통, 판촉 전략
중기전략
- 브랜드 마케팅을 통한 이미지 개선
장기전략
- R&D 투자를 통한 제품력(핵심역량) 강화
사쿠라는 이 중에서 1단계 단기전략에서 어느 정도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는데 성공했지만 2단계, 3단계 전략으로 연결시켜 끌고가는데 실패했습니다.
전략기획 측면에서 보면 단기전략들은 지름길에 해당합니다. 이런 지름길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문제의 근본적 원인에 대한 고민, 그리고 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절대 끊기면 안 됩니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열쇠는 여기 있기 때문입니다.
사쿠라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가져오려면, 회사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소비자들이 더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 해내거나 혹은 연구개발을 통해 경쟁사들보다 더 좋은 제품을 개발해내야 합니다.
상품기획자(Product manager)가 되어, 어떤 상품을 담당한 마케터가 되었을 때도 "근본적 원인을 먼저 찾아내고 극복해가자" 이 점은 항상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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