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 직무에 필요한 역량을 알아보기 전에 먼저 구매 직무 그 자체에 대해 알아봅시다.
구매 직무는 전통적으로 제조업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설비 등을 생산 및 기타 공급 일정에 따라 적절한 가격에 제때 공급하는 역할을 의미합니다. 비제조업의 경우, 타부서에서 필요로 하는 물자를 대신 구매해주는 사무행정 업무로 인식됩니다. 기업 전체 영업활동의 스탭 조직, 즉 서포트 부서라는 의미가 되죠.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는 구매(Purchasing)라는 직무 용어 자체를 공급경영(Supply Management)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또한 구매 관련 전문자격증(CPSM) 제도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끝이 아닙니다. 단순히 공급 일정을 서포트해주는 보조적 역할에 구매 직무를 가둬두는 것이 아니라 기업 매입원가 관리의 총괄책임 부서로 그 역할을 확대시키고 있습니다. 실제로 제조업 구매팀은 신상품 개발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신제품 적정판가 설정에 기여하며, 회사로 들어오는 모든 물품에 대한 공급망 관리, 협력사 관계 전략 등까지 담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스탭부서들이 그렇듯이, 구매가 하는 일도 잘 드러나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구매팀이 혁신적인 전략을 통해 구매 비용을 절감한다고 하더라도, 칭찬을 듣기는커녕 "왜 진작에 비용을 줄이지 못했냐! 그동안 쓸데없이 비용이 빠져나가지 않았냐!"며 비난을 받기 십상입니다. 구매가 공급망 관리를 제대로 해주지 않으면 기업 운영에 큰 차질이 생기고 말고 하는 문제와는 전혀 관련이 없죠.
CEO의 관심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반적으로 CEO의 관심은 신제품 개발, 마케팅, 영업(판매) 활동에 집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눈에 확 띠는 일은 이런 일들이니까요.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할만한 신상품을 개발하여 기가 막힌 마케팅 전략을 통해 매출을 키워 회사를 성장시키자!" 너무 당연한 논리입니다. 구매팀이 낄 여력이 없죠. 하지만 어떨까요? 과연 그럴까요?
매출, 성장에만 집중하게 되면 구매 사이클, 즉 원가관리에는 소홀해집니다. 모든 일은 원인과 결과가 있습니다. 들어가는 게 있어야 나오는 게 있죠. 들어가는 게 개판이면 좋은 게 나오기 어렵습니다. 산출(매출)에만 집중하다보면 그 매출의 결과를 근본적으로 결정짓는 투입(원가)이 엉망이 되죠.
설사 시장 내외부적 상황이 좋아서 단기적으로 매출이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원가 구조가 엉망이라면 물이 새는 바가지처럼 언젠가는 겉잡을 수 없을만큼 비용이 세어나올 것입니다. 결국 시장 상황이 악화되어 매출까지 줄어들게 되면 조직 전체의 운명까지도 위태로워질 수 있죠.
기업의 이익은 매출에서 원가를 제외한 금액입니다. 기업 이익을 늘리려면 매출을 늘리는 방법도 있겠지만 원가를 줄이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겠죠. 그렇다면 원가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재료비, 매입원가는 반드시 잡아야 합니다. 이 매입원가를 책임지는 부서가 바로 구매팀입니다. 기술경쟁력, 원가경쟁력, 품질경쟁력, 납기경쟁력. 구매팀이 확보하는 이 모든 것이 바로 기업 경쟁력과 직결됩니다.
우리 회사를 성장시키는 구매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런 생각을 가진 구매인이라면, 단순히 타부서로부터 주어진 업무요청을 단순히 F/up 하는데서 그치면 안 됩니다. 개발팀, 생산본부, 영업본부, 마케팅팀에서는 왜 이런 자재를 요구했을까?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이런 고민은 계속 이루어져야만 하죠. 그래야 본인의 커리어도 탄탄히 쌓이게 됩니다. 협력사에 '갑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 win-win 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상황 대처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제가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6개월간 파견근무로 맡았던 업무 중 하나가 공급 일정관리였습니다. 공급 일정관리를 맡았던 기간 동안 파업, 기상악화, 협력사 내부사정, 외부 상황 변화 등의 예상치 못했던 사태로 물류 부족 사태가 일어났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한 달에 2~3건 이상은 꼭 이슈가 하나씩은 터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때마다 갑작스런 임기응변이 필요했죠.
또한 구매팀은 해외 협력업체와 협업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외국어 구사 능력도 중요합니다. 물론 중간에 통역을 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었다가는 커뮤니케이션이 엉망이 됩니다. 왜냐하면 통역은 업계 전문용어를 잘 모르거든요. 통역하는 사람은 물론 두 나라 언어를 모두 잘 알겠지만, 두 나라 사람이 각각 말하는 전문용어는 외국어로 들릴 겁니다. 때문에 100% 제대로 통역해줄 수 없죠. 덕분에 의사전달이 완전히 잘못 되는 경우도 적잖게 발생합니다. 이렇게 잘못된 의사소통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이미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나 터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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