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 동의보감.
이 둘은 굳이 한의학에 관심이 없더라도 어린애들도 다 아는 이름이죠.
그 허준과 동시대에 허준에 버금가는 침구의, 허임이라는 사람이 있었답니다.
일반인들에게는 매우 낯선 이름일수도 있지만,
조선 침구학을 이야기할 때 빠트릴 수 없는 의사가 바로 허임이라고 합니다.
허준과 허임에 관한 일화 하나를 살펴보려고 해요.
다음은 선조37년 9월23일의 왕조실록의 내용입니다.
아닌 밤중에 갑자기 선조에게 극심한 편두통이 발작하는데요,
이 소식을 듣고 서둘러 입시한 의관 어의 허준에게 선조가 물었습니다.
"침을 맞는 것이 어떤가"
이에 허준은,
"소신은 침 놓는 법을 알지 못합니다. 허임도 평소에 말하기를
'경맥을 이끌어낸 뒤에 아시혈(눌러보아 아픈 곳을 혈자리로 삼음)에 침을 놓을 수 있다'고 하는데
이 말이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허임에게 맡김이 어떠합니까."
이리 하여, 허임이 선조 앞으로 불려오게 되죠.
잠시 후 병풍이 쳐지고,
또 다른 의관 남영이 혈자리를 정하고 호명된 허임이 침을 놓습니다.
그 후 시간이 흐르고 흘러..
선조의 경과는 좋아지게 되고 한달 뒤, 대대적인 포상이 뿌려집니다.
어의 허준에게는 숙마 1필, 허임과 남영은 6,7품 관원에서 당상관으로 파격 승진하죠.
이런 공동진료,
어디서 많이 본 장면 아닌가요?
2000년대의 드라마 허준을 보면, 어의 허준이 선조의 병세를 보고 자기가 시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유의태의 아들 유도지(작중 인물)이 시술을 하도록 추천합니다.
이 사건은 평생 허준을 미워했던 유도지가 허준과 화해를 하게 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저에게는 꽤나 비슷한 장면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던 대목이었답니다.
<작중 허준, 유도지의 공동진료 장면>
실제로 보면 노련한 대학자 어의 허준에 비하면 허임은 20여년이나 어린 풋내기 침의에 불과했답니다.
하지만 허준은 침구학에 있어서 허임을 존중하는 자세를 보이죠.
드라마 허준으로 비교하자면 허준이 내의원 의과에 급제했을 당시의
노련한 어의 양예수 영감과 신출내기 허준과의 관계와 비슷하겠군요.
<실제로 허준과 허임이 의료 방침에 대해서 토의 하는 장면은
위 드라마 속의 허준과 양예수가 대화하는 장면 같지 않았을까요?>
이런 것을 보면 참 허준은 리더로서도 대단한 인물이었던 것 같습니다.
<14번째 여행지: 침구의 허임>
'■ 생각(반말주의) ■ > 오래된 창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KIOM기자단] 옛날 의사들은 어떤 책들을 보았을까 (0) | 2012.02.03 |
---|---|
[KIOM기자단] 천상천하 유아독존 손오공도 탐낸 과일, 복숭아! (0) | 2012.02.01 |
[KIOM기자단] 한의원에서는 왜 툭하면 고기를 먹지 말라는 것일까? (1) | 2012.01.29 |
[KIOM기자단] 성난 사자도 양처럼, 개다래의 힘! (0) | 2012.01.28 |
[KIOM기자단] 아, 쓰다 써! 써야 약이래, 약(藥) (0) | 2012.0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