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입고황(病入膏肓).
병이 고황에 들었다는 말입니다.
병세가 심해져서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를 의미하는 한자성어입니다.
왜 "병입고황(病入膏肓)"이라는 말이 이런 의미를 갖게 되었을까요?
<춘추좌씨전>에 있는 다음과 같은 고사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중국 진나라 경공이 조씨 일가를 멸한 후, 병이 들어 치료가 안 되자 무당을 불러 점치게 했다.
무당은 억울하게 죽은 조씨 귀신에 씌어 병이 들었다고 말했다.
어찌해야 하냐는 경공의 물음에 무당은,
"이미 늦었습니다. 왕은 올해 나올 햇보리를 먹지 못할 것입니다."
라고 대답했다.
그 후 병이 깊어진 경공은 이웃 국가의 명의 고완을 초청하여 치료하고자 했다.
고완이 아직 진에 도착하기 전에 경공은 꿈을 꾸었다.
꿈에서 두 아이가 나와 이야기하였다.
"고완이 와서 치료한다고 한다. 고완은 훌륭한 의사다. 우리가 어디로 도망할까?"
"천하의 고완이라고 해도 우리가 고(膏)의 아래, 황(肓, 명치)의 위에 숨으면 어쩌지 못할 것이다."
고완이 도착하여 경공을 진맥한 뒤에 말했다.
"병마가 명치 위, 심장 아래 있기에 침을 놓을 수도 없고, 약을 써도 그곳까지 미치지 못하니 치료할 수 없습니다."
꿈에서 본 그대로를 고완이 이야기 하자, 경공은 후한 예물을 주어 돌아가게 했다.
그러나 경공은 바로 죽지 않았는데, 6월 햇보리가 나오자
보리밥을 짓게 한 경공은 무당을 불러,
"너의 점은 틀렸다"
라고 한 뒤 무당의 목을 자르게 했다.
그리고 수저를 들려고 하는데, 복부가 팽만해져 거북스러웠다.
변소에 달려간 경공은 그만 변소에서 나오지 못하고 그곳에서 죽고 말았다.
이 고사처럼 병세가 키워져 천하의 명의도 치료할 수 없는 상태를 고황(膏肓)이라고 말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출처: http://www.inztimes.co.nz/>
<병입고황 고사의 주인공인 진나라 경공>
이미 병세가 나타나게 되면(아프기 시작하면)
그 때는 이미 질병이 한참 진행된 이후라고 합니다.
진나라 경공의 경우처럼 고황(膏肓)의 상태에 이르기까지 병세를 키우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을 만드는 것이 되겠죠..
중국 고대 전설적인 명의인 편작도 이와 관련해서 한 이야기가 있답니다.
편작의 큰 형은
병세가 발작하기 전에 그 원인을 제거하고,
둘째 형은
병이 막 발작하는 초기에 치료하고,
셋째인 자신은
병세가 아주 위중해진 다음에야 큰 수술을 거쳐 치료하는데,
때문에 사람들은
큰 형의 의술은 느끼지도 못하고,
둘째 형은 작은 의사로 취급하며,
자신을 천하의 명의로 생각하곤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큰 형이 가장 위대한 명의라는 것이죠!
<출처: http://www.ohmynews.com>
<명의, 편작>
한의학에서는
상의(上醫)는 치미병(治未病),
중의(中醫)는 치욕병(治慾病),
하의(下醫)는 치이병(治已病),
-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의술이 뛰어난 의사는 병이 생기기 전에 치료하고,
의술이 중간쯤 되는 의사는 병이 생기려고 할 때 치료하고,
의술이 좋지 못한 의사는 병이 이미 생긴 뒤에야 치료한다는 의미입니다.
의술이 뛰어난 의사일수록 몸과 마음을 잘 다스려 병이 드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겠죠.
사실 병을 예뱅하는 것보다 병이 이미 생긴 것을 치료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일 겁니다.
하지만, 병을 예방하는 게 더 위대한 의사인 이유는,
굳이 더 말을 덧붙이지 않아도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겠죠.
그런 의사들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겠지만 말이에요.
축구에서도 수비수보다는 공격수의 연봉이 높듯이 의료계에서도 예방 의료보다는 수술하는 의사들이 돈을 더 잘 벌구요.
이런 세태는 스스로 꼬리를 물어 더더욱 그런 방향으로 나아 가리라는 예상이 참 마음 아프게 하는 것 같아요.
한의학은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예방을 하려고 한다는 이런 점에서
아주 특수한 의술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8번째 여행지: 병입고황의 고사로 보는 예방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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